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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청송대 때문만은 아니었을테지만. 2021-01-04 12:44
작성자
전공의학
입학연도2008
전화번호01041566775
이메일jhw0405@naver.com

인턴때였다. 

 

매 달 새로운 과에 적응하느라 바쁜 날들이었다. 새로운 전공의, 교수님과 일해야 했고, 환자들도 매번 바뀌었다. 9월인가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정신건강의학과에 오게 되었다. 대학병원에서 인턴은 가장 환자와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각종 술기를 하고, 환자가 입원하면 가장 먼저 환자를 만나는 의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환자의 치료계획을 세우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진 않아서 환자가 이 병원에 온 본연의 목적을 기준으로 하면 인턴은 꽤 바깥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3차 대학병원정도 되면 환자들도 프로다. 자길 만나러 오는 사람이 인턴인지, 전공의인지 정도는 단박에 눈치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반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뭔갈 해주러 오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정신건강의학과 인턴은 환자와 만날 일이 정말 적었다. 대부분의 면담과 치료가 전공의와 교수님 선에서 이루어졌고, 나는 가끔 드레싱 정도 챙겨주는 역할만 수행하면 되었다. 잠시 쉬어가는 한 달을 기대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라는 노래가 있듯, 그 해 10월도 맑았다. 인턴들은 보통 그 때 즈음이 제일 마음 졸일 시간이었는데, 그건 전공의가 되기 위한 면접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맑은 하늘과 무거운 마음. 좀 역설적이다. 나도 원하는 과에 지원했으나 한 번 떨어지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던 시기라 마음이 착잡했다. 불안하기도 하고 센치해지기도 하던 시기였다. 

 

 청송대에 갔던 그 날은 주말 당직날이었다. 전공의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와서 환자와 함께 잠시 산책을 갔다와줄수 있냐고 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환자는 입원병동에 참 오래 있었다.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입원병동은 치료에 전념하고, 불필요한 자극을 줄여주는 공간으로 환자들에게는 안전망같은 곳이다. 입원병동에서 치료를 잘 받고 나갔던 환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그 환자가 사회에서 생활하는 공간, 사회관계들이 생각보다 날카롭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 환자는 세 달 만이라고 했다. 이렇게 맑은 하늘과 바람을 느껴본 것이. 말없이 청송대를 거닐었다. 나는 조금 거리를 두고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인 아들이 걷는 것을 지켜보았다. 환자의 작은 몸짓이나 표정이 조금씩 보였다. 기뻐서 웃는 걸까, 감격에 차 우는걸까. 묘한 표정이 스쳐지니간 것 같았다.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이 채 안되었다. 채 반도 못온것 같은데, 돌아갔다. 이후에 그 환자가 어떻게 되었는 지는 모른다. 어느날 매일 정리하던 환자일보에서 이름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것 정도. 한달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니라 나도 다른과 인턴이 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일을 했다. 수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청송대는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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