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러 걸었다.
비에 옷이 다 젖을 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이 빗속에 숲은 비어있을 것이다.
빈 숲속을 혼자 누리고
비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일부러 멈추어
행인들이 하나 둘 올려놓은 돌탑에 나도 하나 올려놓았다.
여고시절에 일부러 비를 맞고
문예반 동아리방에서 옷을 말렸었지.. 대학 기숙사에 있을 때 이렇게 비 오던 날
그때는 우산을 썼지만
기숙사 주위를 한참 걸은 후에는 거의 젖었었고.. 오늘 내 기억엔 세번째로
일부러 걸었다. 빗속을.. 그간의 내 글을 다시 반추하며
내 마음을 다시 되집어가며 한걸음 한 걸음
어제와 멀어지고 작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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