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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청송대의 지킴이, 연세도토리수호대2020-08-12 21:48
작성자
전공중어중문학과
입학연도2015
전화번호01052921179
이메일sasinwon@yonsei.ac.kr

청송대의 지킴이, 연세도토리수호대 


 “청송대”, 소나무의 소리를 듣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처럼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의 숨결을 느낄 수 있지만 가을이 되면 그 이름이 무색하게 울창한 참나무숲이 더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서늘하게 드리워진 이 참나무들 그늘 아래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바로 청송대의 지킴이, 연세도토리수호대입니다.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접어들 즈음 이 우거진 참나무숲을 거닐다 보면 후두둑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참나무의 열매인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도토리는 동글동글하면서도 속이 꽉 찬 것이 보면 볼수록 귀엽고 앙증맞습니다. 도토리는 옛날엔 구황식물로서 기능했지만 먹을 것이 차고 넘치게 된 요즘엔 별식에 더 가깝습니다. 사람한테는 그리 아쉬울 것 없는 기호식품에 불과한 이 열매가 참나무숲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주식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람쥐 뿐만 아니라 청설모, 멧돼지, 어치 등 숲에 사는 동물들 대부분이 도토리를 먹이로 삼고 있습니다. 


 도토리가 영글어가는 가을 풍경 속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도토리를 줍는 분들의 모습입니다. 산행길에 소일거리 삼아서 몇 알 줍는 분들도 계시고 아예 큰 봉지나 자루를 들고 수 백알씩 줍는 분들도 계십니다. “나 한 사람 주워봐야 얼마나 된다고”하는 순진한 마음일 수도 있지만 유심히 지켜보면 한 분이 아니라 하루에 보이는 분들만 수십 수백 분씩이나 됩니다. 가을철 내내 하루에만 수백분씩 주워가신다면 유실될 도토리의 양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도토리가 이렇게 대량으로 유실된다면 동물들의 먹이가 부족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2013년 안산의 멧돼지가 연희동 주택가를 습격했었고 2019년에는 멧돼지가 연세대학교의 백양로를 질주하기까지 했습니다. 안산에 머물러야할 멧돼지가 사람들이 활동하는 지역에 출몰하는 것은 멧돼지의 난폭한 습성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도토리를 주워가는 바람에 가을철에 충분한 도토리를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파진 멧돼지가 참다못해 사람이 활동하는 지역까지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나마 멧돼지는 먹이를 찾으러 산 바깥으로 나서기 때문에 우리 눈에 띄기라도 하지만 다람쥐, 청설모, 어치와 같은 동물들은 우리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주린 배를 움켜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저는 ‘연세도토리수호대’라는 학생자치단체를 출범시켜 2018년도부터 청송대를 비롯한 교정 곳곳의 도토리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연세도토리수호대는 도토리와 같은 숲의 소출(所出)이 숲의 주인인 동물들의 품에 머무를 수 있도록 불법채집 행위를 단속합니다. 그리고 도토리저금통을 만들어 도로나 인도에 떨어진 도토리를 모아두었다가 사람 눈에는 띄지 않지만 후각이 예민한 동물들은 찾을 수 있도록 낙엽이나 나뭇가지 사이에 숨겨둡니다. 이 도토리저금통은 스팀슨관 뒷편 언덕 경사로에 한 대, 청송대 초입에 한 대가 설치되어 늠름한 모습으로 도토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또한 연세도토리수호대는 한 학기에 한 번씩 청송대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워담는 청송대 정화활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런 도토리수호대의 활동은 이웃학교인 이화여자대학교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등으로도 수출되어서 여러 학교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다수 매체에도 보도가 된 덕분에 많은 분들께 알려지기도 하고 연세대학교 공동체에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도토리를 주워서 저금통에 넣어주시기도 하고 줍는 분들을 제지해주시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소중한 공간인 청송대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맞닿아 작지만 큰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속담에 “마음이 맞으면 도토리 한 알을 가지고도 시장을 멈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가난할지라도 서로 마음이 맞으면 어떤 역경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서로의 마음만 닿는다면 가능한 희망을 꿈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눈길이 미처 닿지 않는 약한 생명들을 떠올리며 도토리 한 알의 소중함도 새기는 청송대라면 우리의 마음도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청송대가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처럼 늘푸른 숨결에 싱그러움이 번져가는 희망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글을 빌려 도토리저금통 매립을 도와주신 시설처 조경팀, 시설물 설치 허가를 도와주신 학생복지처 등 연세도토리수호대에 도움을 주셨던 관계부서 교직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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