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수업 <사진예술의 이해>를 듣던 때였다.
이제 막 사진을 취미로 갖게 된 나에겐 주변에 모든 사물들이 흥미로운 피사체였다.
청송대의 높게 솟은 소나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하루는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을 조금이나마 모방해보고자 청송대를 찾았다.
움직임 하나 없는 정적인 소나무를 찍으며 신선한 소재를 애타게 찾던 나에게, 날쌘 움직임으로 도망가는 다람쥐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아쉽게도 그 다람쥐는 재빠르게 배수구로 쏙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나는 렌즈를 배수구에 고정한 채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로 한다. 다람쥐가 배수구에서 반드시 나올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재빠르게 도망 나올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다람쥐는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만 빼꼼 드러낸 것이다. 마치 이제 나가도 되는지 정찰을 하는 것만 같았다.
날쌘 다람쥐가 언제 도망갈지 모르기 때문에 셔터 위에 있던 나의 손가락은 바삐 움직였다.
소나무를 찍으러 갔던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다람쥐에 더욱 집중을 해버렸지만, 결과물은 나에게 "괜찮아"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봤던 다람쥐의 모습 중, 이렇게 귀여운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고, 또 그 모습을 사진에 담게 됐기 때문이다.
다람쥐는 배수구에서 나온 후에도, 소나무에 올라가 주변을 살폈고, 그 모습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벌써 12년이나 지났지만, 다람쥐가 배수구에서 머리만 쏙 내놓은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사진이 맺어준 청송대 다람쥐와의 만남은 지금까지도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