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우주, 연세의 胎. 청송대 이웃 학교의 졸업생이자, 연세인과 한 가족이 되어 20 여년을 보내고 있는 일반인에게, 연세라는 곳이 의미, 청송대의 기억을 담는 글이 어떤 의미가 될까 고심하며 키보드를 누르는 것이 어찌나 떨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청년기를 지나오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삶의 순간마다, 연세는 아주 작은 나라는 개인부터, 사회와 역사를 지켜내고 지금의 한국을, 세계를 움직이는 수많은 연세인을 낳고 성장시켰다. 그 속에서도 연세의 胎, 푸른 노래가 흐르는 청송대는 선물같았던 공간이었고, 함께 한 사람들과 지어간, 이야기를 서투르게나마 담아보자 다짐하니 용기가 생겼다. 첫 커서가 깜박거렸다. <삶이 당신에게 선물을 주고 있으며, 그 선물이란 당신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동안 일어나는 사건 들의 흐름임을 깨달아야 한다.> 마이클 싱어는 그의 저서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학교를 다녀야 했던 나는 그 때는 그 사실이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을 한 정거장 더 지나 신촌역에 내려, 굴다리를 너른 가슴으로 안아주는 것 같은 백양로를 지나 만나게 되는 청송대는 눈과 머리와 마음 구석구석을 씻어주는 숲이었고, 고등학교때부터 철학을, 안목을 길러주시기 위해 끊임없이 黙然而聽, 가장 힘들었던 순간, 끝없이 들어주신 연세인이셨던 선생님을 닮은 숲이었다. 청송대를 걷는 것만으로도 <知止而后有定(지지이후유정)이니 定而后能靜(정이후능정)하고 靜而后能安(정이후능안)하고 安而后能慮(안이후능려)하고 慮而后能得(려이후능득)이니라> 그침(止)을 안 뒤에야 안정(定)되고 안정한 뒤에야 고요(靜)할 수 있고 고요한 뒤에야 편안(安)할 수 있고 편안한 뒤에야 생각(慮)할 수 있고 생각한 뒤에야 얻을 수(得) 있다.는 [대학(大學)] 의 한 구절처럼, 나는 나를 잠시 멈추는 시간을 찾을 수 있었고 시간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대학에서의 배움, 경험, 성장은 싱어의 말처럼 선물이었음을, 연세인이셨던 선생님의 고요함이 청송대의 소나무를 닮았음을, 고요한 공기의 노래 속을 지나며 알 수 있었다. 진리를 닮은 선생님은 청송대에도 계셨다. 2.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신록예찬』,이양하 연희전문학교 때부터 동문 쪽으로 향해 난 뒷길은 유명한 데이트 장소로, 청송대의 다람쥐를 보면 애정이 깊어진다는 속설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 명제를 내게 적용해 볼 일이 생길줄은 몰랐다. 대학 연합동아리를 통해 만난 남편이 된 또 한 명의 소중한 연세인은 이양하 선생님의 신록예찬에 나온 그 정靜의 순간을 함께 보내게 해 주었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이웃학교의 인문관이 있는 후문을 나와 지금은 이전한 딸기골에서 연세어학당을 끼고 올라가는 오르막길이었다. 그 오르막길의 설렘을 지금도 나는 응시한다. 그는 나에게 자유였다. 세상을 넓고 고르게 유영하는 바람처럼, 그는 자유로운 시선으로 삶과 인생을 청송대에서 이야기 해주었고 그를 통해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자유, 나다울 수 있는 자유, 그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가 푸르른 자유를 품은 것, 연세 안이었기에 더욱 가능했으리라 믿는다. 3. <코스모스는(COSMOS)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코스모스』, 칼 세이건 전 세계가 멈춤의 시간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해야할지 두려움에 떨고, 전 세계가 멈춤의 시간을 맞이한지 벌써 13개월이 지나간다. 21년 입학생을 위한 축사는 이 시기 “질문하고 대안을 모색하는”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개인이 사회와 세계와 연결되 있는 존재임을, 역사가 이 시기의 우리를 성장에 필요한 성찰과 자각을 가져온 존재로 기억할 것이라 말한다.연세의 선배들이 일구어 놓은 헌신과 독수리의 기상이 서린 연세에서,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청송대의 메시지를 담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랬듯 미래의 우리를 이끄는, 헌신과 섬김의 리더십을 가진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존재로 살아가길 당부한다. 이제 매년 나와 그 우리와 함께 청송대를 걸으러 가는, 22학번이 되어 이 축사를 듣기를 간절히 원하는 미래의 연세인과 함께 나는 이 글을 쓴다.
질문을 가졌던 순간, 끊임없는 답을 찾아갔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빛났음을, 알게 해주었던 연세의 청송대. 나에게만이 아닌 그곳을 지난 일반인들에게도 연세동문들에게도 연세를 키워낸 푸른 우주였을 것이다. 레베카 솔닛은‘재난’(disaster)은 ‘별’(astro)이 ‘없는’(dis) 상태를 가리킨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희망과 관용과 연대로 세상을 이끄는 지성인을 길러낸 연세의 胎 청송대. 그 푸르름이 더 많은 위로와 성장과 이야기로, 21세기의 새로운 생명창출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두손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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