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봄이면 나무의 겨드랑이에 새롭지만 반가운 것들이 돋아나는 길 뜨거운 여름 침묵 속에서 푸르름은 퍼지고 퍼져 그 속에 첨벙하고 빠질 것 같은 길 기어이 애써도 더는 매달릴 수 없는 것을 가을 바람의 손에 맡겨 내려놓는 길 텅 빈 자리에 새하얀 눈을 덮고 잠시 온기를 품는 길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시절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 준 나무가 뿌리 내린 길 쌓아도 이내 무너지는 마음 무너져도 다시금 쌓아야하는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생이 벅찰 때 조용히 찾아가 고른 숨을 내쉬며 오래 붙들고 살아갈 생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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